본문 바로가기
독서

2023.04.18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by 치우치지않는 2023. 4. 18.

알랭 드 보통_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4.17 이 빈 이유는 잠을 못 자서..ㅎ 잠 안 잤으면 하루가 안 끝난거야..)

끄적임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느낙,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의식 통제 불가. 사랑받을 자격? 당연히 있지. 내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겸손한 연인은 헤어진 뒤 사랑 받았음에 감사하고, 오만한 연인은 헤어진 후 내 잘못이 뭐길래 헤어졌나를 생각한다. 네가 너여서, 사랑했고, 이제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 "유리잔 바닥에 남은 당밀 액체같이" 떨어져가는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네.. 나는 사랑할 때는 정말 모든 걸 다 바치다가 마음이 식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스타일인데, 그런 나도 가끔 가다가 옛 사람과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걸 감정이 남았다고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사람을 완벽히 잊는다는 건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맞아. 연애는 한 쪽이 끝나면, 다른 한 쪽이 아무리 미련있어도 끝난 거야.. "구애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일도 과묵이라는 담요 밑에서 고통을 겪는다." 감정이 남아있는 쪽은, 떼를 쓰게 되고, 책에서는 이를 낭만적 테러리즘이라 표현했네.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지겠지. 그런데 그걸 받을수록, 마음은 더 식는거고. 정말 힘들지 이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 그냥 그 사람 편하게 놓아주고,(사랑했다면, 사랑한 만큼 더 편하게 놓아주기) 더 좋은 사람 있을거라고 믿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인 듯.  대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니, 테러를 하는 것. 이런 면에서 사랑의 떼쓰기도 테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안 되는 걸 알아도, 표현해야만 하는 느낌. 삐침. 바로 얘기해야 함.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주로 자존심 때문에) 아.. 제발 내 미래 남자친구는 혼자 삐쳐서 여행 중에 어딘가로 휙 가버리고 연락두절 되고 이러지 않았으면 좋겟다. 한 두번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반복되면 진짜.. 못 견딜 것 같아. 아 맞아... "삐친 사람은 복잡한 존재로사, 아주 깊은 양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움과 관심을 달라고 울지만, 막상 그것을 주면 거부해버린다." ㅇㄱㄹㅇ.. 어쩌라고.. 진짜 어쩌라고.. 이미 공감한 글입니다. 이미 공감한 글입니다.. 맘에 안 드는 거 있으면 제발 말을 해줘.. 말을.. 혼자 꿍해가지고 사람 피말리게 하지 말고.... 하... 근데 이 글 읽고 나니까, 그게 사람 심리라는데, 어쩌겟어.. 삐지면 그냥 옆에서 관심 주면서 기다려주는 게 답이더라.. 초조해하지말고 기다려야지 뭐.. 그리고 이런 테러리즘이 일어난다는 건 이미, 관계가 끝나간다는 걸 의미.. 한 두 번 눈감아 주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다. 그냥 빠르게 정리하는 게 맞는 듯. 나는 이런 감정들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연애가 힘든 것 같아. 서로 좋으려고 하는 연애인데, 사소한 것에 삐지고, 부정적인 감정들과 긍정적인 감정들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왔다갔다 하고, 혼자였으면 겪지 않아도 되는 감정 기복을 겪어야 하는데, 그걸 감수할 정도로 함께 있는 순간이 즐겁지도 않으니. 대체, 안정된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걸까.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오직 한 사람만을 평생동안 바라보면서, 그 사람에게 크게 실망해도, 같이 살아가고 그 사람이 큰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하고, 함께 살아갈 인내력이 있는 사람일까 나는?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결혼했을까? 어쩌면 나는 회피 성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의 힘든 순간이 오면, 그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이라고 심플하게 정의 내리고 그 사람을 보내려고 하니까.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피하지 말아야지. 아무리 내게 상처주고, 날 힘들게 해도, 처음 했던 약속 그대로, 그 사람을 최대한 안아주려 노력해 봐야지.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것에 겁내해서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피하지 말아야지.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 같다. 

글쓰기 

이 소설의 결말은 헤어짐이었구나. 헤어짐의 냄새가 났는데, 이렇게 빠르게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사랑을 무서워하고,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헤어짐에서 오는 아픔 때문이 아닐까, 정확히 말하면, 헤어짐의 전조 증상부터 헤어짐의 과정, 헤어진 후의 감정까지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들이다. 누구보다 가장 믿었고, 의지했던 사람을 상실한다는 건 생각보다 마음 아픈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두려움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런데 이별은 과연 두려움의 대상이 맞을까? 오히려 환영의 대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이별했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이별의 과정이 너무 짧았다는 것(좋아했던 기간에 비해). 지금까지 내가 이별을 회피했기 때문에, 이별을 잘 몰랐고, 그래서 막연히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이별이 찾아와도, 최대한 질척거리면서 쉽게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아보려고 한다.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한 번 끝까지 붙잡아볼래. 그렇게 후회없이 이별과 대면해 보면, 어쩌면 이별을 물리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오래갈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고. 이별의 그림자만 보고 이별이 무서워 좋은 사람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