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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23.04.16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by 치우치지않는 2023. 4. 16.

세월호 참사 9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_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끄적임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내야 할 감정과 나중에 나타난 죄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즉시 표현해야 할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 이성이 지속성의 기초. 안정된 이유들. 그러나 어떤 확실한 이유로 사람을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는 없잖아..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거지. 좋은 이유를 몇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어도,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싫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주변 사람들이 부여하는 안정된 가정들. 사랑은 갑자기 시작되기에 갑자기 끝날 수도 있는 것. 함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연인 관계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구나. 근데 불가결한 일일 것까지야.. 아 나도 현애인이랑 전애인 얘기하는 거 정말 싫어함.. 굳이 왜.. 어쨋든 헤어졌다는 건 뭔가 안 맞았으니까 헤어진 거고, 나도 정확히 그 이유를 얘기할 순 없지만 이미 끝난 인연인데 이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왜 헤어졌는지를 알아야 오래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왜 헤어졌는지가 늘 너무 사소했고, 그래서 말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어서 말을 안 하는게 더 나은 것 같음. 그냥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 있으면, 나는 알아서 바로바로 잘 말하니까 서로 안 맞는 부분 그때그때 얘기하면 되는거지 굳이 과거의 애인과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모르겠.. 안헤도니아(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 나도 스위스 가면 안헤도니아 생길 듯.. 행복이 현실이 되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기대나 기억 속에서만 찾으려 한다.. 아침의 기대, 현실에서의 불안, 저녁의 유쾌한 기억. 나도 그렇지. 미국에 가기 전이 가장 좋았고, 미국에서 돌아온 후가 가장 좋았고. 지금도 미국에서의 기억으로 행복해 하니까.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적었던 편지를 보면, 힘들었고, 짜증났고, 두려웠던 밤. 분명 이렇게 적혀 있었어. 그 당시는 모든 게 너무 힘들었고, 한국에 빨리 가고 싶을 뿐이었고, 그래서 한국에 빨리 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끝까지 미국에 남았었지.. 과거의 기대때문이었던 것 같아. 미국에 가는 걸 얼마나 기대했었는지, 그 기억 때문에 지옥같던 순간들도 버텼고, 덕분에 평생 간직할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지.. 그래 현재는 늘 기대와 기억과는 다르더라. '나는 어서 그 사건이 역사 속으로 흘러들어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 이거밖에 안돼? 하는 두려움. 달걀이 한 바구니에 모두 들어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것. 불안 때문에 말싸움이 일어난다. 긴장을 방출하기 위한 과정.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의존하면서 생기는 불안. 내 행복의 주도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건 정말 불안한 일이지.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 공감 이백퍼센트..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지 않지만 나의 속성은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글쓰기 

조금은 슬픈 챕터들이었다. 이제 소설의 끝이 점점 다가와서 그런가.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실재하지 않는 사랑을 기대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기대와 다른 현실을 몇 번이고 직시하면서도 나는 늘 다시 사랑을 꿈꾸고 사랑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사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사랑하고 싶어했던 게 아닐까? 여행에 가 있는 시간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여행에서 돌아온 순간이 더 행복하듯, 사랑도 내게 그러하다. 사랑할 때보다, 멀리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 때의 감정이 가장 설레고 좋다. 그 사람과 연애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생각으로만 남겨두면, 내 기대를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으니까. 사귀고 난 뒤에는,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의 감정으로 사귀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랑보다는 우정, 의리의 이름에 더 가까운. 슬프지만 오늘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바라는 사랑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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