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2023.04.29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by 치우치지않는 2023. 4. 29.

알랭 드 보통_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끄적임

아 오랜만에 온전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좋다.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행복한,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시간. 사랑은 윤리의 한 지류에 속하는가? 아닌 것 같아. 사랑을 거부해서 악이 된다? 거부를 당하는 사람은 선이다? 3자의 시선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막상 내 상황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겠다.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의무감에만 인도되어 어떤 행동을 할 때 도덕적이다. 사랑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비대칭적인 보상이 돌아가는가? 아니다. 주는 사람 역시 받는 사람 못지 않게 기쁨을 느낀다는 면에서 사랑은 도덕과 동일시되기엔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을 주는 사람은 의무가 아닌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 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 받는 사람이 사랑을 거절하는 것은 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선과 악을 사랑에 대입하는가? 공리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선은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 악은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클로이가 나를 떠난 것은 나를 불쾌하게 했기 때문에 악인 것. 나를 불쾌하게 하느냐에 대한 여부로 상대에게 어떤 도덕적 딱지를 붙일까를 결정. 이 생각이 절정으로 치닫으면 독선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가 사랑을 받는 것은 권리이고 상대가 나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의무라는 생각. 이 때문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으면 화가 나고, 슬프고, 상대를 악하다고 규정 짓게 되는 것.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랑을 공리주의적 관점으로 본다면, 사랑을 함으로써 생기는 고통은 사랑을 비도덕적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글쓰기

내가 먼저 관계를 끝낼 때, 난 늘 비난을 받아왔다. 한 번도 좋게 나를 놓아준 사람은 없었다. 표현의 방식의 차이만 있었을 뿐, 난 내가 한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배신자, 미친 사람, 나쁜 여자였고, 갑자기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어느 정도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인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고, 울컥할 때도 있었다. (울진 않았지만) 사실, 내가 이별을 말할 땐, 그동안 말하지 않고 참아왔던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도저히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때인데, 내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상대방은 전혀 모르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서운했는데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저급해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인데.. 그런 것들까지 말로 표현하자니 내가 너무 하찮은 사람이 되는 기분, 초라해지는 기분이라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갑자기 이별을 말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하찮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그런데, 지금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은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사랑은 선택의 문제니까. 너무 불안정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엄연한 현실인 것 같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5.14  (0) 2023.05.14
2023.05.07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0) 2023.05.07
2023.04.18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2) 2023.04.18
2023.04.16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0) 2023.04.16
2023.04.15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0) 2023.04.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