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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23.04.09 독서와 끄적임과 글쓰기

by 치우치지않는 2023. 4. 9.

알랭 드 보통_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끄적임

글을 쓴다.. 익숙한 것의 소중함. 우리는 이를 많이 잊고 산다. 사랑의 증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듦. 이유는 모르지만. 사랑고백 -> 남자애가 수줍은, 내밀한 말을 퍼뜨림 -> 그 후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된 클로이. 벌거벗음.. 과거의 창피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 상투어.. 완전히 습관처럼 되어 버린.. 사랑해를 너무 자주 말해서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리는... 그런 상황을 클로이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성향이 있는 듯. 그러나, 그런 말을 듣는 것에 회피하고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클로이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그를 향하고 있으나, 그에게 확신을 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 

그녀의 저항감과 나의 주저함. 언어에 관한 유사 철학적인 우려(..) 이미지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적당한 등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사실적인 것들은. 말이 믿을 만한 전달자 역할을 함으로써 그 의미가 서로를 갈라놓는 경계를 넘어갔다. 그러나 사랑의 언어는, 그 경계를 잘 넘어갈지, (정통공 관점, 아날로그 신호가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노이즈가 끼어서 에러가 발생하는데, 사랑의 언어는 일반적인 언어보다 노이즈가 더 잘 끼는 듯.)  

'사랑해'의 의미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어떤 것이 사랑이라고 특정할 수 있을까? 같은 책을 읽어도, 느끼는 게 다르다면 다른 책을 읽은 것과 다름없다. 

나는 마치 어느 것이 가닿을지도 모르면서 허공에 수백 개의 포자를 방출하는 민들레가 된 느낌이었다.

이 표현 좋다. 사랑의 모든 언어는 과시용으로 훼손되었다. (상투어가 되어버린) 사랑 노래, 사랑 드라마, 사랑 영화.. 우리 주변에선 숱하게 많은 사랑들이 있고, 그것이 내 사랑을 특별하게 만듦과 동시에 별 것 아니게 만들어버리기도 함. 이 시대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 정의와 문화적 맥락이 나의 사랑을 형성하기도 한다. 맞지. 예를 들어 내가 디즈니랜드에서 다이아반지를 선물받으면서 프로포즈를 받고 싶고, 형형색색의 꽃들로 장식된 아름다운 호텔에서 화려한 웨딩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로망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 사회의 영향(ex. 유튜브)일 것이다. 나는 이 선물들을 사랑하는 남편에게서 받고 싶어할 것이고, 이를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그런데 과연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의 증거일까? 혹은 사회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가짜 사랑일까? 사회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을텐데, 그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실, 나는 결혼식에 대한 큰 욕심도 없고 프로포즈에 대한 큰 욕심도 없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한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결혼식은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면 좋겠지만, 굳이?)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자식에게 좋은 경험을 하나라도 더 시켜주거나, 부부 여행을 하는 데에 돈을 쓰는, 추억과 경험에 돈을 투자하고 싶다. (화려한 결혼식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만) (그래도 웨딩링은 맞추고 싶어. 내 하나뿐인 로망..)

글쓰기

특히나 사랑에서 도드라지는 언어의 장벽을 잘 표현한 챕터가 아닌가 싶다. 내 마음을 최대한 오류 없이 modulation 한다 해도, 상대측이demodulation할 때 에러가 생기면, 내 마음이 잘못 전달될 수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할 때는 그만큼 신중하고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이를 책에서는 언어에 관한 유사 철학적인 우려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랑한다는 그 말이 너무 뻔하지만, 그 말 외엔 자신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줄 모르기에 그 말을 아껴서 써야 하는 상황.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줄 모르는 모습이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틀린 말을 할까 겁내어 말문을 떼지 못하는 나. 사랑하고 있고, 사랑의 말을 전하고 싶지만 이 말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들릴까 겁내어 말하지 못하는 나. 많이 말하고, 듣다보면 늘어나는 외국어 실력처럼 사랑 역시 노력으로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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