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토요일. 학교를 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게으르게 집에서 보내고 싶지도 않아서, 짐을 싸서 도서관에 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til 쓰기와 독서! 급하지 않지만, 내 성장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먼저 처리했다. til 을 넘버링이 아닌, 줄글 형식으로 쓰면서 더 구체적으로 하루를 회고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 어제 읽은 책은, 석지영 교수의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라는 책이다. 이 책은 대학교 1학년 때 사놓은 뒤 한 번인가 읽었으려나.. 했던 책인데 어제 갑자기 눈길이 가서 읽었다. 한 30~40 페이지 정도를 내리 읽었던 것 같다. 문학을 전공하신 분이셔서 그런지, 모순적인 어휘 사용으로부터 오는 섬세한 표현이 내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했다. 그래서 어제 til 쓴 것을 보면 꽤나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이 써지기에.. 책을 읽은 뒤에는 자바스크립트 deepdive 라는 책을 읽었다. 변수와 값, 표현식과 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내게 경종을 울려준 책이다. 난 아직도 너무나 부족한 게 많다. 다 알고 있다는 어이없는 착각을 뒤로 하고, 앞으로 열심히 채워 나가야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기술 블로그 스터디를 위해 블로그를 조금 작성하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엄마, 할머니, 이모가 시장에 갔다가 마침 철산역이라 해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외할머니는 양식을 별로 안좋아하셔서, 원래 가려던 곳 말고 한식을 먹으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엄마에게 제안했더니, 평소 안드셔 본 음식도 이럴 때 드셔보셔야지라고 하는 엄마의 말에 수긍했다. 외할머니는 내가 세 살 반부터 내 곁에서 제2의 엄마가 되어주신, 내겐 정말 소중하신 분이다.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근래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얼굴을 뵐 때마다 부쩍 쇠약해지신 모습이라 마음이 정말 아프다. 예전에는 할머니 키가 나보다 훨씬 크셨는데, 이젠 점점 작아지고 계시고, 당차고 거침없던 걸음걸이도 많이 느려지고 그 성정을 잃었다. 횡단보도를 신호 안에 다 건너시지 못하고 힘에 겨워하시는 모습에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얼마 남지 않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먼 미래에는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할 이 순간에 보다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양식집에 가서 파스타, 함박 스테이크, 리조또를 주문했다. 예전엔 늘 할머니가 내 음식을 덜어 앞에 놓아주셧는데, 이젠 내가 할머니 접시에 음식을 담아드리는 나이가 되었다. 나중에 우리 엄마도, 나도 그렇게 되겠지..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지고 도서관에 돌아와서 아티클을 완성하고, gdsc 기획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10시에 회의가 있어 9시 30분 즘에 도서관에서 나와 10시에 회의를 10분 정도 했고, 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잠에 들었다.
이날 감사했던 것 5가지
1. 소중한 사람의 유한함을 깨닫게 된 것.
2. 좋은 책을 다시 읽게 된 것.
3. 주말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도서관에서 자기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된 것
4. gdsc 회의가 빨리 끝난 것
5. 밤에 낭비되는 시간 없이 충분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한 것
이날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안아줄 수 있는 몸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TI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3.13 TIL (HCAP Observer 후기) (0) | 2023.03.15 |
---|---|
2023.03.12 TIL (1) | 2023.03.13 |
2023.03.10 TIL (2) | 2023.03.11 |
2023.03.09 TIL (2) | 2023.03.09 |
2023.03.08 TIL (0) | 2023.03.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