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금요일로 2교시 정통공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아침에 정신없이 일어나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 프로틴 하나만 달랑 챙겨서 부랴부랴 나왔다. (이부정리는 하고 나왔다.) 철산역에서 이대 공대까지 네이버 지도로 길찾기를 해 보니 9시 20분 도착이라고 나와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대림에서 책을 읽고 있었나,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았던 일을 하고 있었나, 정신이 팔려 있어 내리지 못하고, 신풍에서 내렸다. 안그래도 늦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이란 생각도 잠깐, 얼른 네이버 지도를 키고, 신풍에서 이대로 가는 최적 경로를 찾아보았다. 다시 대림으로 돌아가는 게 최적이었고, 내리자마자 건너 플랫폼으로 넘어가면 바로 열차를 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허겁지겁 뛰어갔다. 열차는 한 정거장 전에 있었고, 나는 우왕좌왕하면서 책도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네이버 지도를 들여다 봤다. 대림에서도 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갔고, 실시간으로 버스 정보를 확인했다. 나는 7024를 타는 것이 always 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버스 간격이 길다보니, 이대역 4출에서 700번대 버스를 타는 방법이 최적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버스 현황을 살펴보다가, 이대역에서 내려서 뛰어가면 아슬아슬하게 오는 버스를 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 결과는 다행히 성공! 그렇게 9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700번대 버스를 타면 봉원동 로터리 대신 이대부고에서 내리게 되는데, 대신 교회 오르막길만 힘들 뿐 이대부고에서 대신교회까지 가는 오르막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꽤 괜찮았다. 이로써 다음부터는 지하철에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일 자제하기, 버스 현황 보고 경로 정하기 이 두 개의 교훈을 얻었다.. 하하.. 정통공 교실 도착해서 가방 두고, 4만원밖에 남지 않은 내 학생증 교통카드를 충전하러 신공학관 3층에 있는 cd 기에 갔다. 가서 9만원 충전하고 화장실 갔다가, 와 보니 예린이가 맨 뒤에 앉아있길래 내 옆으로 오라고 했는데, hcap 때문에 수업을 잘 못듣는 것 같아서 그냥 윤선언니랑 둘이서 앉았다. 정통공 수업은 교수님 강의 스타일이 되게 깊은 내용을 추상적이게 말씀해 주시고, 물리나 수학적인 지식도 기본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신 뒤에 수업하시는 스타일이사라, 나랑 맞지는 않았다. 그래서 복습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수업 전에 sby 시트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추가 점수가 있다고 하셔서 했다. 정확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그냥 나는 늘 이런 자리가 있으면, 용기 내서 도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했다. 추가 점수가 없더라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요번 학기 교수님들은 출석 번호를 친절하게 불러주시지 않고, 그냥 칠판에 써 두시고 별 다른 말씀을 안하시기 때문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는 출석을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늘 출석 번호를 체크하는 걸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통공이 끝나고 윤선언니, 예린이랑 함께 리모델링된 공대 라운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책(연금술사)을 읽었다. 무선 충전도 되고 소파랑 식물도 있고,, 돈 많이 썼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추워서 싫었다. 새 제품에서 나는 특유의 화학 냄새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ecc 신한 노트북실에 가고, 예린이는 하버드 회의, 윤선 언니는 공강이라 공도 노트북실에 갔다. 아 그리고 이 날 서현이랑 신공이랑 아산공 연결해주는 1층 통로에서 마주쳤다. ㅎㅎ 왜 이리 반가운지! 그리고 나서 밖에 나왔는데, 날씨가 완전 봄 날씨였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강연에서,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다고 했는데, 요즘 내 마음이 행복한지 이 날씨의 변화가 피부로 다가왔다. 공대 오르막길에서 처음 보는 새도 봤는데, 낯선 그 새소리와 햇빛이 마음을 온화하게 만들어 주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이대로 노트북실에 가기엔 아쉽다는 생각에 중강당과 ecc 사이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햇볕도 여유롭게 쬐고, ecc 계단에 앉아 책을 읽었다. 덕분에 이날 책 연금술사를 완독했다.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사람은 만물의 정기가 그를 도와준다라는 것. 저자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심어주고 싶었던 것은, 다름아닌 환상이지 않았나. 그 환상으로 인해 사람은 살아가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책의 내용은 어린 아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싶지만, 이면에 숨겨진 삶의 지혜는 감히 진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있는 통찰이 담긴 것이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 중 하나이다. 책을 다 읽고,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네가 원하는 자아의 신화란 무엇이니? 오랜 시간 끝에 돌아오는 것은 2032년까지 1000억을 버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하는 일은 자명했다. 일단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공부였다. 그 길로 노트북실에 가서 컴알 공부를 했다. 들리지 않았던 부분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chatGPT 를 활용하여 공부했다. chatGPT 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써 본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혁신적인 검색 플랫폼이고, 이게 조금 더 발전하면 구글은 물론 기존에 있던 모든 검색 엔진들을 치명적인 수준으로 위협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선 프론트엔드계에서 최고가 되고 나면, 창업에 있어서는 꼭 ai 를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지하철에서는 노래를 들었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오늘 내가 한 일 중에서 제일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와서 쓰러져 잠에 들었던, 이상하고 재미있고 짜릿했던 하루였다.
이날 감사했던 것 5가지
1. 좋은 책을 만나 완독할 수 있었던 것
2. 맛있는 저녁을 사먹을 수 있었던 것
3. 따스한 햇볕을 쬐고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자연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4.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5. 내 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상기시킬 수 있었던 것
즐겁고 아름다운 삶이 오늘도 주어졌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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