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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2023.05.01 TIL

by 치우치지않는 2023. 5. 2.

1. 이날은 원래 연남동에 놀러가려 했지만, 지원 언니가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쓰러져서 그냥 집에서 있다가 자스 스터디를 하러 학교에 갔다. 2. 집에 있는 시간동안에는 오랜만에 엄마 전공책을 읽었다. 읽었다기보다는 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서재에서 엄마 아빠 책을 읽는 것을 즐겨했는데 특히 엄마가 가진 미술책들 읽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가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책이 모두 불어나 영어로 써 있는 바람에 아빠가 읽어서 해석해주지 않으면 내가 못 읽으니까, 그 핑계로 바쁜 아빠와 함께 붙어있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달리와 모네의 책. 특정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모네와 달리의 그림은 내가 왜 이 그림에 끌리는지 처음으로 자답할 수 있었던 그림들이라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리의 그림, La Prsistencia de la Memoria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영원함"을 표현했다는 점인 것 같다. 녹은 치즈처럼 흐물거리는 이 시계는 시계이지만 시계가 아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딱딱한 시계의 속성을 흐물거리는 속성으로 바꾸어버렸다. 주황색 시계는 딱딱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파리들이 날아와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시계가 제 기능을 하지 않아 부패해버렸다는 뜻이라고. 오른쪽 흐물거리는 시계에도 파리가 한 마리 앉아있다. 달리는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무서워하고 싫어했는데, 그래서 "부패"를 상징할 때 이렇게 곤충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곧 시간의 죽음, 다시 말해 영원 속의 공간임을 뜻한다. 

시간이 멈춘 공간을 그려냄으로써 영원을 표현했다. 어렸을 때 죽음이 무서웠고,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나에게 이 달리의 영원을 표현한 그림이 상당히 큰 위로가 되었다. 영원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달리가 그린 이 그림만큼은 영원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딴 얘기지만, 그래서 수학을 좋아했던 면도 있다. 수학에서는 영원함(infinity)을 정의하고 다루니까)

3. 책 읽다가 시간이 되어서 자스 스터디를 하러 갔다. 이날 모의 면접 주제는 스코프였는데, 연주 언니가 확실히 기술 면접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면접을 정말 잘 보았다. 여유있고 침착하면서도 해야할 말은 다 하는.. 나도 언니처럼 면접 잘 보고 싶다.. 

4. 면접이 끝난 뒤엔 예린이를 불러서 포포나무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흔쾌히 나와주신 오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꾸벅) 밥 먹은 뒤에는 시험 끝난 기념으로 예린이랑 학교 트랙을 10바퀴 돈 것 같다. 물론 걸어서^^ 
근데 정말.. 정말 좋았다. 날씨도 사람도 대화까지도.. 소소하지만 큰 행복. 무슨 얘기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시시껄렁하게 보낸 시간들이 너무너무 소중했다. 

와 우리 다리 길다~
오선생님 기숙사 데려다 드리는 길
왠지 그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 나온.. 뉴욕 빌딩숲 kor 버전 느낌..

5. 이렇게 행복한 산책을 마치고 이대역에 오는데 왠 음침한 목소리로 어떤 남자가 저기요 하길래 그냥 무시하고 갔는데 쫓아와서 다시 저기요 이래서 뒤돌아봤더니 혹시 남자친구 있냐고 없으면 번호 좀 줄 수 있겠냐고 묻길래 대답도 안하고 그냥 고개만 절레절레하고 다시 갈 길 갔다. 근데 왠지 느낌이 쎄해서 에타에서 찾아봤더니, 이 시끼 오늘 하루종일 정문 근처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 번호 따고 있었다. 사이비인 것 같다는 글이 있었는데.. 학교에 사이비 돌아다닌다고 풍문으로 들었지 이걸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다니..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다른 사람들한테 사기치면서 돈 벌어가지고 운영되는 집단들.. 그냥 너무 역겹고 인생 그렇게 낭비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6. 집에 와서 자스 면접 스터디 과제 제출하고 스터디 회의록 쓰고 gdsc 업무 몇 가지 하니까 금새 새벽 2시가 되어서 얼른 누웠다. 하는 게 많으니까 시간이 참.. 빨리 가는 듯.. 이러다 갑자기 백살 할머니 되는 건 아닐지..ㅠㅠ

 

이날 감사했던 일 5가지 

1. 지원언니가 큰 병이 아니라는 거 

2. 연주언니한테서 많이 배운 것 

3. 예리니랑 같이 저녁 먹고 산책했던 것!

4. 아침에 여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 

5. 자유롭게 숨쉬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 유럽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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