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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사람

by 치우치지않는 2023. 4. 14.

시험 기간에.. 공부가 하기 싫어서는 아니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으로 내비두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떠올라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사람이 좋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것을 알려주는 스승이면서 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한 사람. 그래서 내 행복의 대부분은 사람에 의해 생산되고 공유되고 소비된다. 사람과 사랑이 없는 삶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사람을 줄여 삶이 되고 삶이 펴져 사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이유로,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제 손으로 삶의 켜를 느껴가며 중요했던 순간들을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보는 건 마치 오랜 골동품 샵에서 맘에 드는 LP 판을 고르는 손님의 신중한 얼굴을 연상케 하는데,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곡은 어떤 곡일까. 비틀즈의 노래처럼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곡일까 퀸의 노래처럼 열정적인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곡일까?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수만가지 LP 중 좋아하는 LP 만을 계속해서 돌려본다는 것이다. 어떤 LP 판은 포장지가 너덜너덜해질만큼 많이 트는 반면 어떤 LP 는 포장도 채 뜯지 않은 채 보관되어 있다. 이걸 보고 나는 인생에도 음악처럼 "취향"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취향은 점점 선명해져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늘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인의 취향을 들으며 나의 취향은 무엇일지 나만의 커다란 레코드판 책장 앞에 서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소소해 보이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키우는,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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