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

2023.04.29 TIL

치우치지않는 2023. 4. 30. 11:32

1. 이날은 솝트 1차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전 날에 잠을 충분히 잤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생각이 많은 밤이었어서 그러질 못했다. 

2. 아침에 일어나서 독서를 했다. 글쓰기도 해서 블로그에 올려두고 씻고 준비하고 서초로 출발했다. 

3. 이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 엄마가 차로 철산역까지 태워다 주셨다. 다이소에서 실내화를 한 켤례 사서 7호선을 타고 내방역까지 한 번에 갔다. 

4. 1차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치킨집에서 뒷풀이를 했는데, 나는 데베 과제가 있어서 밥만 먹고 7시 30분에 나왔다.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집에 오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산에서 올라온 이모랑, 큰 이모랑 할머니랑 넷이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에서 큰 불이 났다는 것이다. 순간 너무 놀라고 겁이 나서 엄마 말을 자르고 그래서 나왔어? 그래서 지금 어디야? 괜찮은 거야? 를 연발했다. 엄마는 상황 설명을 해주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는데, 나는 엄마가 혹시, 탈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하는 거일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네 사람 다 무사하고 연기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제서야 나도 정신이 돌아왔다. 상황을 들어보니, 우리 가족은 출입구에서 가장 먼 구석에 앉아있었는데, 불이 출입구 근처에서 났다. 고깃집이었는데 불이 연기 흡입통으로 들어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이 번졌고,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출입구가 작아 우리 가족은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도 당황해서 빠르게 나가려고 하는데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빠져나오지 못하셨다고 했다. 할머니께서 걸음도 잘 못 걸으시는데다가 이런 일이 처음이시라 우왕좌왕하며 출입구를 못 찾고 방황하고 계셨다고 했다. 불은 천장에 있는 흡입관까지 번졌고 검은 연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엄마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할머니 손을 끌어당기며 나왔다고 했다. 가게는 2층이었는데 계단이 너무 좁아 할머니가 계단으로 내려가시다가 다치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빠르게 할머니를 태우고 탈출했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너무 급박한 상황이었고 무서웠다. 우리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자칫하면 엄마와 할머니를 잃을 수도 있었다. 한 순간에. 다행히 엄마가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잘 대처를 해서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5.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놀라서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힘이 다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신히 화장을 지우고 씻고 침대에 누워 잠시만 눈을 붙이자 했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려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하루를 살아가겠지만, 이날 있었던 일은 계속해서 기억 한 구석에 남아있을 것 같다.